Kodachrome...2005.6.16
너무나 개인적인 추억 하나...

어쩌다 Simon & Garfunkel의 “Kodachrome”이란 노래가 나오면
황학동 벼룩시장 다니 던 옛 생각이 가끔 난다.
이유야 어쨌든 처음엔 친구들과 이것저것 구경만 했었지...
근데 얼마 안가서 그 곳에 자주 들려야 되는 이유를 찾게 되었다.
그것은 중고카메라와 소위 싼 값에 구입할 수 있는
Beatles의 불법복제 LP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..

당시, 세상은 온통 흑백 세상이었다.
좀 심한 표현인가?
사실, TV도 흑백, 간판도 흑백, 교복도 흑백, 졸업앨범도 흑백이었으니깐...
미래에 대한 희망이 불투명 했던 그 시절
그래도 우리가 즐길 수 있었던 유일한 친구는
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팝송 정도였다.

그때, S&G의 Kodachrome이란 노래가 너무나 흥겹고 좋아서
가사가 어떤 내용인지
이 단어 저 단어 대충 꿰어 맞춰보니
코닥크롬으로 찍은 사진이 선명하고,
니콘카메라가 나오고,
사진 찍는게 너무 좋다고 하는 것 같았다.
얼마나 좋으면 흑백 세상 속에 존재하는 여자 친구들 보다
더 좋다고 하는 건지... (그 당시 해석상)
카메라에 대한 존경심(?)과 직접적인 구입 의지가 바로 여기서 시작된 것 같았다.

급기야 난생 처음 중고 똑딱이 카메라를 하나 사게 되었고
그 놈으로 여기 저기 다니며 몇 통 찍어 보았지만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았다.
결국 그 놈의 운명은 책상 속 깊숙이 던저져 버리게 되었고
그것으로 자신의 운명도 끝나 버렸다.

그 후로 세월이 꽤 많이 흘렀고 잊고 있던 황학동 벼룩시장을 자의반 향하게 되었다.
역시나 세월은 흘렀어도 주렁 주렁 널린 물건들!
예나 지금이나 명실 공히 중고들 뿐이다.
바뀐게 있다면 엊그제 왔을 땐 까까머리 학생인 내가
오늘은 친구들 만나러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.
불쾌하거나 지나 버린 세월의 힘에 서운치는 않았다.
그냥 이 곳이 그 전과 같진 않지만 아직 존재한다는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.
Written by Honey Pie

